울혈 현상에 관하여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 갑작스러운 분노를 참지 못하여 충동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불쾌한 자극이나 불리한 상황을 접할 때 쉽게 격분하고 혈기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주위에서 지나치게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데 있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힘을 앞뒤 가리지 않고 행사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가 자주 일어남으로써 공격성이나 파괴성이 일상화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이런 상황은 아파트의 층간에 발생하는 충돌, 운전자들 간의 보복적 행동 등과 같이 일상적인 경우부터, 가족관계, 집단이해관계, 정치노선 등에서 발생하는 충돌과 갈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구체적으로 나타난 현상도 욕설, 폭언, 행패 등에서부터 폭력, 방화, 살인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여 이제 국민정서가 불안정한 수준을 넘어 사회 병리학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할 정도로 위험수위에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개인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분노조절 장애’라고 진단한다. 그것은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고통이나 충격을 받은 이후에 부당함이나 모멸감, 혹은 좌절감, 무력감 등이 지속적으로 빈번히 나타나는 부적응 반응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현상이 너무도 빈번해지면 그것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정신 병리적 수준에서만 취급하기에는 어려운 문제가 된다. 이런 문제를 일종의 특수한 사회적 현상으로 인식하였기 때문인지, 최근에 사회과학자들 사이에는 “울혈(鬱血)”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여 ‘울혈 현상’이나 ‘울혈 사회’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원래 혈액 순환의 장애로 일어나는 질병 혹은 증상을 일컫던 이 표현을 사회 현상에 적용한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몸의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병이 생기듯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사회현상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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