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키우는 글

유교에 대한 오해

수미차 2017. 11. 4. 15:37


유교에 대한 오해


  우리나라는 전통적 유교 국가에서 근대적 시민사회로 전환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의 삶의 양식과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전통적 관습이 그대로 남아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도 적지 않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삼강오륜이다. 결론부터 말해 삼강과 오륜은 전혀 다른 것인데 언제나 붙어 다닌다. 둘 다 인간의 관계를 말하지만 전자는 상하 수직적인 위계를 강조하고, 후자는 쌍방이 서로 지켜야 하는 의무를 중시하는 차이가 있다.  


  인간은 무수하게 짜인 그물망 속에서 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유가에서는 인륜이라고 불렀다. 이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핵심적인 다섯 가지가 오륜이다. 그것은 주지하다시피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이다. 이 말은 <맹자>에 나오는데, 백성이 배불리 먹고 따스하게 입으며 편안히 지내면서도 가르침이 없다면 짐승에 가까워 질까봐 밝힌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오륜은 인간의 인간된 까닭으로서의 성숙한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쌍방이 다 지켜야 하는 가장 필수적인 것이다. 이것은 유가의 본질적인 면이다.


  맹자 이후 150년이 지나 한대의 유학자는 유교를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유교 속에 상하 주종적인 법가 이념과 음양을 차별하는 사상이 들어와 오륜을 변질시켰다. 이것이 바로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을 내용으로 하는 삼강이다. 즉 군주와 아버지, 남편은 윗자리에서 주인 노릇을 하고, 신하와 아들, 아내는 아랫자리에서 복종을 해야 하는 일방적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양[남성]은 우수하고 음[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여 그 평등성을 상실케 하였다. 이것은 유가의 변태적 모습이다. 


  다시 말해, 유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인 오륜을 한대의 집권자는 중앙집권적인 국가권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법가 이념의 아바타인 삼강으로 변질시킨 것이다. 이 삼강이 오륜 위에 군림하면서 삼강오륜을 유교의 핵심 가르침이라고 오해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주자학은 이 교조를 그대로 지켰다. 따라서 충신, 효자, 열녀를 국가에서 표창하는 삼강행실도가 그려지기도 하였다. 


  전통사회에서 부모[시어머니]가 자녀[며느리]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아전(吏)이 백성에게 갑질하는 행위가 삼강 때문이었다면, 오늘날 우리사회의 각종 갑질하는 행동도 삼강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것은 갑, 을 사이의 수평적인 계약을 상하 수직적인 종속으로 바꾸어 버렸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성숙한 사회를 가꾸기 위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삼강의 불평등한 관계는 사라져야 한다. 삼강에 의하여 오염된 오륜도 그 본래의 모습을 찾기 위해 유학은 새롭게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양지(良知)에 의한 개인의 자율성과 오륜의 관계성을 동시에 살리는 유학인 양명학이 시민사회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쓴이 / 정인재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전 한국 양명학회 회장


 

※ 글 내용은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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