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키우는 글
만시[輓詩]
수미차
2010. 6. 4. 03:06
죽은 이를 애도하며쓴 시를 '만시'라고 한다.
망자를 묻은 생자의 애가다.
조선시대에는 자신의 죽음을 미리 기리는 '자만시'도 있었다.
만시 중 으뜸은 자식을 앞세운 부모가 짓는 '곡자시[哭子詩]가 아닐까 싶다.
영조 때 중인 김사에는 일곱 살 아들을 홍역으로 잃고 이렇게 울었다.
"너는 내가 죽어도 곡하지 못할텐데
내가 어찌 네가 간다고 통곡해야 하느냐
이 통곡은 또 무슨 통곡이란 말이냐
부자간 골육이 떨어져 나가는 이 마당에."
이듬해 아들의 생일날 그는 다시 울었다.
"지난해 바로 오늘 널 ㄷ리고 놀았느데
올해 그 오늘은 아득히 흔적조차 없구나"./전송열.[옛사람의 눈물]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어린 자식을 폐렴으로 잃고 나서 쓴 정지용 시인의 '유리창'은너무나 유명하다.
모더니즘 시인 김광균의 '은수저'도 그가 아들을 먼저 보내고 쓴 시라고 한다.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자식 잃은 슬픔은 처참하다. 공자의 제자 자하는 자식을 잃고 너무 슬픈 나머지 눈이 멀어버렸다.
'상명지척[傷明之戚]'이란 말이 생긴 연유다.
중앙일보 분수대에서/기선민 기자